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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결

시간이 빨라졌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 나의 시간은 지금 시속 몇 km일까

by 서툰키스 202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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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열 살은 시속 10km, 쉰 살은 시속 50km. 이 감각의 비밀을 뇌과학, 심리학, 그리고 기억 속 풍경으로 풀어봅니다.


1. “자기 나이가 시간이 가는 속도다”

“자기 나이가 시간이 가는 속도야. 열 살은 시속 10km, 쉰 살은 시속 50km지.”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웃고 말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 말이 실감난다.

 

아이들의 하루는 참 길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면 점심까지가 길고, 오후는 또 한없이 느리게 흐른다.
심심하다고 하고, 기다리기 지루하다고 말한다.

 

반면 어른이 된 우리의 하루는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채,
잠깐 정신을 차리면 벌써 저녁이 되어 있고, 어느새 한 주가 지나 있다.
요즘 나는 습관처럼 중얼거린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지…”

 

열 살에게 1년은 인생의 10%이지만, 쉰 살에게 1년은 고작 2%다.
그만큼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체감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마치 열 살은 시속 10km로, 쉰 살은 시속 50km로 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정말로 빨라지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공원 벤츠에 앉아있는 남성


2. 반복되는 일상과 뇌의 압축 저장

우리 뇌는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새롭고 낯선 정보를 만났을 때는 집중해서 기록하지만, 익숙한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면 뇌는 “이건 저장할 필요 없어”라며 건너뛴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하루의 대부분이 새로운 경험으로 채워졌고,
그 모든 장면이 뇌 속에 생생하게 저장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시절의 어떤 하루는 마치 영화처럼 또렷이 떠오른다.
반면, 지난주의 월요일은 무엇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하다.

 

기억이 많으면 시간은 길게 느껴지고,
기억이 적으면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 ‘체감상 빨라지는’ 이유다.
우리는 실제로 시간을 잃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압축하면서 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3. 낯선 도시를 걷는 일 – 시간의 감각을 되찾다

가끔 나는 아무 이유 없이 버스를 탄다.
목적지도 없이, 사람들이 거의 내리지 않는 동네에서 내려 그 지역을 천천히 걸어본다.
처음 보는 건물들, 낯선 풍경, 익숙하지 않은 공기의 냄새.
그 모든 것이 나를 어릴 적 감각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 짧은 산책 동안 나는 이상하게도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게 낯설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고, 감각하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나중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익숙한 일상이 시간을 빠르게 만들고,
낯선 환경은 시간을 다시 천천히 흐르게 만든다.

꼭 멀리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된다.

 

평소와 다른 길로 걸어가 보고, 평소에 들어가지 않던 작은 상점에 들어가 보자.
아니면 아이의 시선으로 마트의 과일 코너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순간 ‘처음 보는 세상’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럴 때, 시간은 잠시 멈추거나 느려진다.
그리고 그 하루는 조금 더 길게, 깊게 마음속에 남는다.

 


4. 감정이 기억을 남기고, 기억이 시간을 만든다

사람은 시간을 직접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오직 기억된 사건들을 통해 시간이 흘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기억은 감정이 강한 순간에 더 깊게 새겨진다.

 

슬펐던 날, 벅찼던 순간, 사랑했던 계절.
이런 시간들은 마치 정지된 장면처럼 또렷하게 남아 있다.

 

반면, 아무런 감정 없이 지나간 하루는 존재했던 흔적조차 없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감정의 진폭을 줄인다.
덜 놀라고, 덜 설레고, 덜 실망한다.

 

감정을 줄이면 아프지 않지만, 동시에 기억도 옅어진다.
그리고 그 기억 없는 시간들은, 너무 빠르게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시간을 천천히 살고 싶다면,
감정을 다시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웃을 땐 제대로 웃고, 슬플 땐 피하지 말고,
매 순간의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시간을 되찾는 방법이다.


5. 나이 든다는 것, 시간과의 관계가 바뀐다는 것

나이 든다는 건 단지 주름이 늘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짜로 달라지는 건, 시간과 우리가 맺는 관계다.

 

어릴 적 우리는 시간을 이끌고 다녔다.
하루가 길어서 지루했으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우리를 이끌고 간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며, 해가 저문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사실 시간 탓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들을 그냥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덧 일 년이 되었고, 또 한 해가 끝나간다.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노인


6. 시간을 천천히 살아가기 위한 작은 시도

시간을 붙잡을 순 없지만, 천천히 느끼는 방법은 있다.
그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10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기
  • 매일 다른 길로 걸어보기
  • 주말마다 아이들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공원에 가보기
  • 감정을 기록하는 일기 쓰기
  •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떠올리기

이런 사소한 일들이 시간의 속도를 늦추고, 기억의 밀도를 높인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오늘은 결코 ‘휙’ 지나가버린 하루가 아닐 것이다.


7. 마무리 – 우리는 시간을 잃는 게 아니라, 순간을 잊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시간을 조각조각 마음에 새기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보내버린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시간이 아니라, 순간이고,
우리가 놓친 건 하루가 아니라, 하루를 느끼는 감각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아주 사소한 낯섦을 만들어보자.
모르는 동네를 걷고, 새로운 향기를 맡고,
익숙한 일상에 잠깐의 ‘느림’을 끼워 넣는 것.

 

그렇게 하면,
시간은 다시 우리 곁을 천천히 지나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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