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5월 18일이 되면, 블랙홀의 노래 '마지막 일기'를 부르곤 한다.
그 노래는 나에게 단지 좋아하는 밴드의 곡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다.
노래를 부를 때면,
그 당시 총성이 울리던 거리와, 울부짖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떠오르고,
한 학생이 남긴 마지막 일기의 문장이 내 마음을 흔든다.
"사실 두려워요 / 내게 다가올 시간이…"
"달빛 아래 펼쳐있는 / 나의 일기장에 그린 어머니 / 영원히 사랑해요"
"못다한 나의 숨결은 / 오월의 하늘 위에 붉게 떠 있는 / 눈부신 큰 빛이 되어…"
눈물이 난다.
이 가사는 단순한 시도, 노래도 아니다.
죽음을 앞둔 어린 영혼의 마지막 속삭임이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는 증거다.
✊ 19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아니 한국은 민주주의의 기로에 서 있었다.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찬탈하고
계엄령을 확대하며 국민의 입과 손발을 틀어막으려 하던 시기였다.
그에 저항한 이들이 바로 광주의 시민들이었다.
계엄군의 탄압이 시작되자 대학생들뿐 아니라
시민들, 어머니들, 고등학생들, 노동자들, 심지어 중학생들까지
한 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총탄이었다.
공수부대가 투입되었고, 몽둥이와 군화발, 그리고 실탄이 광주의 거리를 채웠다.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실종되었고, 잊혀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름 없이 사라진 이들의 기록 중 하나가
블랙홀의 '마지막 일기'로 되살아난 것이다.
📖 한 학생의 짧은 일기, 긴 울림
'마지막 일기'의 가사는 실존하는 한 학생의 일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학생은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을 써내려가며,
어머니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자신의 숨결이 오월의 하늘 위로 퍼져나가기를 소망했다.
그것은 절망 속의 희망이었고,
죽음 앞의 존엄이었다.
노래를 부르면 그 감정이 내 안에 스며든다.
어디선가 조용히 흐르던 울음이
내 목을 타고 올라오고, 눈물로 바뀐다.
🧠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요즘 어떤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꽁짜로 얻었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우리 부모 세대는 피를 흘려서
언론 자유를 얻었고,
투표권을 쟁취했고,
사람답게 살 권리를 만들어냈다.
그 이전에도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을 위해 만세를 외쳤고,
해방 후에는 독재에 맞서 거리로 나섰으며,
총칼로 눌러온 유신과 군사정권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1919년 3.1운동의 만세 함성은 단지 독립만을 외친 것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우리의 나라를, 스스로 다스릴 자격이 있다”는 민족적 자기결정권의 선언,
즉 민주주의의 첫 외침이었다.
그 외침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고,
이후 민주공화국이라는 뿌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40년 뒤엔 4.19 혁명의 분노가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렸고,
1980년엔 광주의 피가
1987년엔 이한열의 피가
우리를 더 나은 나라로 밀어 올렸다.
이 모든 저항과 희생 위에서야 우리는 지금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
나는 나보다 어린 세대들이 이 노래를 한 번쯤 들어보면 좋겠다.
가사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그들의 ‘당연함’이 누군가의 간절함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광주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의무 때문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단서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 기억은 저항이다
그래서 나는 매년 5월 18일에 '마지막 일기'를 부른다.
아픈 노래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남긴 유산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숨결은 아직도 오월의 하늘 위를 떠돌고 있다.
그 빛이 사라지지 않게,
나는 오늘도 노래한다.
✍️ 마무리하며
광주는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너는 지금의 자유를 어떻게 지키고 있느냐"라고.
그리고 그 질문은 결코 과거형이 아니다.
5월 18일.
그 날을 기억하는 방법은 많다.
나는 노래를 부르며 기억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또 누군가는 촛불을 들며 기억할 것이다.
중요한 건 절대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은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의 피와 눈물, 그리고 마지막 일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란? — 문재인 정부 vs 윤석열 정부 비교로 살펴보는 권력의 그림자 (6) | 2025.06.12 |
---|---|
우리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2) | 2025.06.09 |
음악과 기억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 우리가 추억에 머무는 이유 (2) | 2025.06.02 |
MZ세대가 MBTI에 빠지는 5가지 심리적 이유 (6) | 2025.05.28 |
기리시탄과 조선 천주교의 시작 (4) | 2025.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