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도 몸도 다시 젊어진다
— 추억, 음악, 그리고 마음이 만드는 시간의 기적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켜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
어릴 적 자주 듣던 노래가 흘러나오면 문득 모든 감각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가 아닌,
중학생이던 나, 친구와 웃던 골목,
처음으로 마음이 요동쳤던 그 여름날 오후로.
나는 지금도 서태지의 "하여가"를 들으면
중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집으로 가던 풍경이 눈앞에 선하다.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걷던 그 길,
노을이 기울던 하교길,
학교 앞 문방구와 군것질거리,
그리고 사소한 농담에 깔깔 웃던 친구의 표정까지도 선명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평생 간직할 추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한 곡의 음악이 내 마음과 몸까지 다시 젊게 만드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런 경험, 다들 있지 않을까?
단순한 감상일까?
아니면 정말로 우리 몸과 마음이 과거의 나를 다시 꺼내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걸까?
🧠 실제로 젊어진 사람들: 하버드 실험 이야기
이런 질문에 대한 놀라운 답을 제시해 준 실험이 있다.
1979년,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렌 랭어(Ellen Langer) 교수가 진행한 실험이다.
그녀는 70대 이상의 노인들을 1959년의 분위기로 완벽하게 재현한 공간에 보내
그 시절의 음악, 신문, 라디오, 가구 속에서 일주일을 살게 했다.
중요한 건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지금이 1959년이다”라고 그 시절처럼 '살도록' 요구했다는 점이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단 일주일 만에
이들의 시력, 청력, 기억력, 관절 유연성, 혈압, 걷는 속도가 향상되었고
외모도 더 젊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실험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진다”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 실제 신체 반응과 생물학적 노화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음악은 우리의 시간여행 티켓
이 실험은 말한다.
“마음이 바뀌면 몸도 바뀐다.”
그리고 음악은 그 마음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어릴 적 들었던 노래, 그 노래가 나왔던 시절의 추억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시간 여행의 티켓이 된다.
음악은 뇌의 '편도체(감정)와 해마(기억)'를 동시에 자극하며
단지 기억만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사고방식, 감각과 에너지를 그대로 재현해낸다.
그래서 어떤 노래는 눈물 나도록 그립고,
어떤 노래는 가슴이 뛰도록 생생하다.
나는 20대 시절에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세상도 배우고, 나 자신도 다시 만났다.
그때 내 이어폰 안에서 반복되던 곡들 —
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면, 낯설고 설레던 도시의 냄새,
기차역의 차가운 공기, 바다를 바라보던 저녁이 되살아난다.
그 음악은 단지 배경음악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나에게 다시 연결해주는 다리가 된다.
👥 오랜 친구와의 대화도 몸을 젊게 만든다
음악만이 아니다.
오랜 친구와의 대화 역시 우리를 다시 젊게 만든다.
그 친구는 지금의 내가 아닌,
“꿈 많던 나”, “실수 많던 나”, “밝고도 서툴렀던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 친구와 마주 앉아 “그때 너 진짜 웃겼잖아” “야 너 그 말 아직 기억나?”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잊고 지낸 나의 한 조각들이 되살아난다.
이건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체성의 일관성(Self-continuity)"이라 부르며,
삶에 대한 만족도와 활력, 심지어 신체적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 그리고, 나의 아들 딸에게
이 글을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쯤
성인인 너희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아빠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야.
너희가 많은 기억을 만들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전할 순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친구도, 실수도, 감동도, 기적도.
모두 밖으로 나가야 만나게 되는 거야.
그러니 모험하길 바란다.
때로는 실수하고, 창피한 일을 겪고, 눈물도 흘리고,
그 와중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너만의 음악과 풍경, 냄새와 기억을 만들어가길.
그래야 언젠가
어떤 노래 한 곡에
그 시절의 너 자신이 살아 돌아오고,
그 기억들이 지금의 너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니까.
☕️ 오늘을 위한 작은 제안
- 📻 오늘, 학창시절 자주 듣던 노래 한 곡을 들어보자.
- 📞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보자.
- 📸 옛날 사진 한 장을 꺼내, 그 시절의 자신을 바라보자.
- 🍜 그 시절 자주 먹던 음식 하나, 다시 만들어보자.
그렇게 마음이 젊어지면
몸도 따라 젊어진다.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의 따뜻한 시간 안에 살고 있고,
그 기억은 앞으로의 날들을 더 빛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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