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 나를 살다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서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다.어른들이 “남들이 뭐라 하겠니”라고 말하는 순간부터,우리는 조용히 시선에 길들여진다.옷차림, 말투, 행동, 표정, 성적, 직장, 심지어 취미마저도.그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보여지는 나’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 간다. 나는 그게 너무 익숙했다.그리고 꽤 오랫동안, 그것이 나를 보호해준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후줄근한 사람과 깔끔한 사람예전에 잠시 일하던 곳에서 그런 사람이 있었다.항상 같은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목이 늘어나 있고, 전체적으로 옷에 생기가 없었다.뭔가 정리를 안 하고 사는 사람 같았다.솔직히 말하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하고 다니지?’라는 ..
2025. 6. 1.
적응이 힘든 삶, 그래도 나답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여전히 익숙한 것들을 붙잡고 있다.낡은 아이폰, 오래된 자동차처럼 쉽게 떠나지 못하는 정,변화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천천히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 나는 뭐든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람…다들 무언가를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고, 바꾸는 시대지만나는 늘 한 발 느리다.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게 어렵고,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느낄 즈음엔이미 세상은 그 다음으로 넘어가 있다. 이런 성격이 늘 답답하고 미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왜 나는 이토록 변화에 둔할까,왜 남들처럼 새 것을 반갑게 받아들이지 못할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나는 단순히 느린 게 아니라,한 번 정이 들면 그걸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낡은 ..
2025. 5. 29.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머무는 사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눈빛만 보아도 알아그저 바라보면마음속에 있다는 걸— 오래전 TV에서 흘러나오던 한 CM송 이 노래는 광고음악이었지만,들을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별것 아닌 멜로디였는데,그 속에는 사람 사이의 깊은 신뢰와 연결감이 담겨 있었다.나는 요즘도 가끔 이 가사를 떠올린다.'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이 말이 진짜가 되는 사이.설명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마음이 전해지는 사이.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끊임없이 말로 소통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산다.“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처럼,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확인해야 한다고들 한다.맞는 말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여전히,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를 꿈꾼다.말로 다 하지 않아도,묻지 않아도,굳이 설명하..
2025.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