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없는 사람들,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죄책감을 갖지 않는 이들은 과연 진화의 오류일까,
아니면 생존을 위한 전략일까?
감정의 기원부터 현대 자본주의 속 감정결핍자의 성공까지 깊이 있게 탐색한다.
1. 티비 앞에서의 눈물
티비를 켠 지 10분도 되지 않아,
나는 뜻밖의 장면 앞에서 울고 말았다.
익숙하지도, 깊은 이야기지도 아니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무언가가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눈물샘을 건드렸다.
도대체 왜?
듣지도 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이야기 하나에
내 마음은 그렇게 빠르게, 그리고 깊게 반응했을까.
그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 생각은
인간의 감정이 어디에서 왔고,
왜 어떤 사람은 그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지를
차근차근 되짚게 만들었다.

2. 감정의 기원: 본능에서 시작된 마음의 언어
감정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게 아니다.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선
위협을 피하고, 보상을 추구하고, 집단과 연결돼야 했다.
그래서 감정은 ‘느낌’이기 이전에
즉각적인 생존 반응을 유도하는 도구였다.
- 공포는 도망치게 만들었고,
- 분노는 자신을 지키게 했고,
- 기쁨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었고,
- 슬픔은 상실을 인식하고 회복을 유도했다.
즉, 감정은 ‘불완전한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진화가 만들어낸 최적의 생존 매커니즘이었다.

3. 감정의 진화: 연결, 공감, 그리고 문명
동물도 감정을 느낀다.
강아지는 주인의 기분을 읽고,
코끼리는 죽은 친구를 애도하며,
까마귀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조금 다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 속 인물에게조차
눈물과 웃음을 건넬 수 있다.
우리는 플라톤의 글을 읽으며 철학적 고뇌에 빠지고,
수천 년 전 죽음을 앞둔 이의 마지막 편지에 울컥하며,
허구의 이야기에도 마음을 내어준다.
그것은 기억, 상상, 공감, 언어가 어우러진
고차원적인 감정의 형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인간을
‘이야기하는 존재’,
‘공감하는 존재’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결국 문명을 만드는 존재로까지 확장시켰다.
4. 감정의 결핍: 사이코패스와 감정 없는 전략가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토록 정교한 감정을 가진 인간들 사이에서도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을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라고 부른다.
이들은 공감, 죄책감, 두려움 같은 감정이 결핍돼 있으며,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더라도 아무런 동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미숙하거나 비이성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판단이 빠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냉정함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력한 생존 전략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5. 감정 없는 사람은 왜 더 성공할까?
생각해보자.
어떤 거지가 구걸을 하고,
어떤 장사꾼이 마지막 하나만 팔아달라고 애원하고,
죽어가는 아이의 부모가 간절히 병원비를 부탁한다면
나는 어떻게든 도와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사기였다면?
도움을 준 나는 깊은 실망감과 자책에 빠질 것이다.
반면, 감정결핍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왜 도와줘야 하지?"
"이건 나와 상관없는 문제야."
"이익이 없는데 감정적으로 흔들릴 이유가 있나?"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계산하고, 조작하며, 때로는 악용한다.
그리고 그런 냉정함은 조직, 정치, 비즈니스, 협상 같은 세계에서
놀라운 효율과 성공으로 이어진다.
감정을 가진 사람은 속고, 상처받고, 손해 보지만
감정결핍자는 이 구조에서 정글의 포식자처럼 살아남는다.
어쩌면 인간 사회조차도
감정 있는 사람과 감정 없는 사람 사이의 먹이사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인간의 마지막 온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고, 손해 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까?
그건 너무 슬픈 결론이다.
감정은 때론 실망을 안기고,
착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도 하지만,
그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만든 믿음과 응원의 연결이
오늘날의 문명을 만들어 왔다.
감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사랑했고,
누군가를 위해 울었고,
같이 살아갈 수 있었다.
그 감정이 있었기에
상처받고도 다시 손 내밀 수 있었고,
실망하고도 다시 믿을 수 있었다.
7. 우리는 왜 여전히 울고 웃는가
그래서 나는 내가 티비 앞에서 흘린 눈물은,
그저 감정의 반응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인간다움의 반응,
서로를 연결하고 싶은 마음의 반응이었다.
감정이 있는 우리는
때로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속고, 더 자주 흔들리지만,
바로 그 감정이
우리를 사람답게, 그리고 서로에게 다정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니, 감정은
어쩌면 약점이 아니라,
이 거칠고 이기적인 세상에 남겨진 마지막 온기일지도 모른다.
🪶 마무리 생각
이 글은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감정이란 게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감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나와 너의 마음을 잠시 들여다본 기록일 뿐이다.
이 글을 읽은 당신도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되길 바란다.
나는 감정을 믿고 살아갈 수 있을까?
속더라도, 실망하더라도… 나는 다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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