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저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 오래전 TV에서 흘러나오던 한 CM송
이 노래는 광고음악이었지만,
들을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별것 아닌 멜로디였는데,
그 속에는 사람 사이의 깊은 신뢰와 연결감이 담겨 있었다.
나는 요즘도 가끔 이 가사를 떠올린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 말이 진짜가 되는 사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마음이 전해지는 사이.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말로 소통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산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확인해야 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를 꿈꾼다.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금 따뜻해진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가끔 생각만 나도,
우리는 언제나 같은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구절절 묻지 않아도,
“요즘 어때?”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 질문 속에는
“네가 힘들다면 나는 네 편이야”라는 말이 숨어 있었다.
그 친구와 있을 땐 조급해지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서로가 충분히 믿고 있다는 증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건 오래된 책처럼,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쌓이고, 익숙해지고,
서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운 뒤에야 생겨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말 없이 통하는 사이는 없다.
오히려 그런 사이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말들과 오해,
서툰 표현과 기다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만이
비로소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가 된다.
지금 나는 사람들과 그렇게 지내고 싶다.
빈말 없이, 강요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곁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가끔 생각만 나도,
서로가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이.
가끔 그런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는 스스로가
무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마음속엔 항상 그 사람이 있다.
십 년 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내게는 진짜 ‘사람’이다.
혼자 있는 밤이면 가끔 생각이 많아진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
그건 지금의 바쁜 일상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조용한 연결이
가끔은 어떤 위로보다 더 따뜻하다는 것을.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보다
사람을 오래 마음에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조용한 밤의 고요 속에서 배워가고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설명 없이도 믿음을 주는 사람.
필요할 때 부담 없이 연락할 수 있는 사람.
기억 속에 조용히 머무르다,
어느 날 문득 떠올랐을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
그건 누군가를 마음에 오랫동안 품고 있다는
가장 따뜻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말로 다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지는 사람이
당신 곁에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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