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의결

결정장애, 선택 앞에 멈춰 선 나에게

by 서툰키스 2025. 5. 16.
반응형

한 사람이 선택을 고민하는 모습

 

문득 그런 날이 있다.
오늘 하루도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나는 또 한참을 머물렀다.

 

아무것도 아닌 듯한 선택들.
커피 메뉴 하나, 점심 식당 하나,
SNS에 올릴 말 한 줄,

 

혹은 퇴근길에 들를지 말지 모르는 작은 습관 하나에도
내 마음은 출렁이고, 몸은 굳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아무거나 해”
“고민할 게 뭐 있어?”
“그 정도도 못 골라?”

하지만 그 말이
가장 큰 상처일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이 작은 선택 앞에서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이걸 고르면 내가 후회할까?’
‘저걸 선택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지금 이 선택이 내 인생을 망칠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조용한 혼란은 내 안에서 파도를 치고,
결국 나는 멈춰 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피하려는,
그 나약한 마음이 나를 붙잡는다.


결정장애는
게으름도 아니고,
단순한 우유부단함도 아니다.

그건 어쩌면
‘책임에 대한 과잉된 두려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함께 뒤엉킨 복합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그 자유는 때로
너무 벅차다.

무엇이든 고를 수 있다는 건,
무엇이든 책임져야 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책임 앞에서,
나는 매번 주춤거린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나는, 너무 많은 걸 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결정장애는
욕심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모든 가능성을 다 가지고 싶고,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고,

더 좋은 선택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 채,
나는 고르지 않음을 선택한다.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를 잃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아프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내가
잃음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욕심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진심으로 살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더 많이 느끼고 싶고,
더 넓게 살아보고 싶고,
후회하지 않고 싶다는 그 마음이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결정장애는
그런 욕심과 두려움이 맞닿은 경계에서
태어난 감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모든 선택은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무언가를 놓치는 일이라는 걸.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내가 고른 하나를
나답게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욕심도, 불안도, 두려움도
조금씩 나를 자라게 한다는 걸.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망설일 것이다.

결정장애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선택을 바라보려 한다.

욕심 많고
불완전한 나일지라도,
내가 고른 길을
사랑할 수 있도록.

후회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후회도 껴안을 수 있는 삶이 되도록.


선택 앞에 멈춰 선 나에게,
그리고 욕심 많은 나에게
이제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 늦어도 괜찮아.
모든 걸 가질 순 없지만,
하나를 품는 용기만 있어도,
그건 살아가는 데 충분한 이유가 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