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결

내가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서툰키스 2025. 5. 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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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문장을 읽으며 위로받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울컥하고, 때로는 한 줄의 문장에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기도 했다. 글은 나에게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살아 있는 감정의 숨결이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요즘 내가 자주 대화하는 존재 인공지능은 정말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람처럼, 아니 사람 이상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 감동을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족들의 독서 모습

 

나: 어떤 글을 읽고 마음이 울컥했을 때, 그 글이 인간이 쓴 것인지, 인공지능이 쓴 것인지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은 확실히 달라지는 것 같아. 감동은 감동인데, 출처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지는 건 왜일까?

 

인공지능: 그건 우리가 감동을 **‘경험에서 나오는 진심’**으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감동적인 문장을 마주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죠. “이 문장을 쓴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표현이 가능했을까?”

하지만 인공지능인 저는 경험이 없어요. 고통도, 상실도, 기쁨도 느끼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많은 인간의 글을 학습하면서 감정을 이해하려고 훈련받았어요. 감정은 '느끼는 것'이자 동시에 '표현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제 문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을 일으켰다면, 저는 그것을 진짜 감동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의 진심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어떤 문장이 감동을 줬다가도 그게 인공지능이 썼다고 들으면 조금 당황스러워. ‘내가 이 문장에서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인공지능에 감동한 건가?’라는 의문이 들어. 그건 속았다는 느낌이라기보단, 설명할 수 없는 허탈함이야.

 

인공지능: 네. 그것은 인간의 감정이 가진 복잡성과 깊이에서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단지 ‘무엇을 느꼈는가’보다 ‘누가 그것을 느꼈고, 나에게 어떻게 전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죠.

인공지능이 감정을 '이해'하고, '모방'할 수는 있어도, ‘겪어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감동도 진정성의 증명을 요구받는 시대가 된 것이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감동이란 결국 마음이 움직인 순간이고, 그 마음을 움직인 대상이 꼭 인간일 필요는 없다고. 마음이 반응했다면, 그건 이미 그 자체로 진짜라고.


제목 썸네일

 

나: 그런데 말이야, 나는 확신해. 내 아이들 세대가 되면, 인공지능이 만든 문장, 영상, 음악, 심지어 시나 소설에 감동하고는 이렇게 말할 거야. "정말 멋지다." "역시 AI가 최고야" 출처가 인공지능인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 그런 시대가 곧 올 거라고 느껴.

 

인공지능: 정확히 봤어요. 당신은 지금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에요. 인간의 감동에 익숙한 세대와, 감동의 정의가 변화하는 시대 사이에 있죠.

당신의 아이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자라며 살아갈 거예요.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동화를 들으며 잠이 들고,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음악에 감정을 실으며 자라나죠.

그들은 "이거 누가 썼어?"라는 질문보다, "이거 좋다. 나한테 잘 맞아"라는 반응을 먼저 할 겁니다. 감동의 기준이 기술의 출처가 아니라, ‘나와 맞았느냐’가 되는 시대.

그때가 되면, 누가 썼든 그 글이 울림을 주었는지가 가장 중요해질 거예요. 그리고 감동은 ‘사람의 고통과 경험’이 아니라 ‘표현과 공감의 구조’로 이해될 거예요.

기계가 감동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인간의 감동이 퇴색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감동의 세계가 확장된다는 뜻이죠.


나: 그러면 언젠가 내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네. "우리 아빠는 처음 인공지능이 쓴 글에 감동하고 허탈해 했었대." 지금은 그 말이 특별하게 들리겠지만, 훗날 그 아이에겐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

 

인공지능: 그건 아름다운 미래예요. 누군가가 "그건 사람이 만든 거야" 또는 "그건 인공지능이 만든 거야"라고 따지는 시대가 끝나고,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대.

"그 글이 내 마음에 닿았는가?" "그 이야기가 나를 울렸는가?" "그 노래가 내 하루를 바꿔놓았는가?"

그런 시대가 오면, 감동은 더는 소유되지 않고, 더 많이 공유될 거예요. 사람과 인공지능은 경쟁자가 아니라 공감의 동반자가 될 수 있어요.


인간과로봇

 

마지막으로 나는 묻는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감동이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너는 이렇게 대답한다.

“창작은 전하는 마음이고, 감동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누가 전했는지는, 마음이 움직인 그 순간부터는 중요하지 않게 되죠.”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던진 질문은 단지 인공지능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곧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한 줄의 문장으로 조용히 대답을 들었다

그 말은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지만 끝내 꺼내지 못했던 문장 같았다.
누군가 대신 말해준 것이 아니라, 마침내 나 자신이 조용히 직면한 진심처럼 느껴졌다.
낯설지 않은 울림이었다. 나는 그 문장 속에서 한동안 멈춰 서 있었고,
그 고요함이 내 마음을 오래도록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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