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결

조용히 곁에 있는 마음

서툰키스 2025. 5. 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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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를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
어릴 적부터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언제부턴가 그게 자연스러워졌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이 싫은 건 아닌데, 굳이 매일같이 연락하거나 자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외로움을 못 느끼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책을 읽다 생각에 잠든 사람

어떤 사람은 친구를 자주 만난다.
저녁이면 약속이 있고, 주말이면 번화가에 나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많은 모임들과 동호회 활동하는 그런 모습이 부러웠던 적도 있다.
늘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건 든든하고 외로움이 덜할 것 같았으니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연락을 해오면, 반가움과 함께 살짝 망설여지는 마음이 함께 온다.
괜히 바쁜 척을 하고, 일정이 있다고 말하고, 그 뒤에 스스로를 조금 탓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람을 쉽게 밀어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한번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십 년 만에 만나도, 며칠 전에 본 것처럼 웃을 수 있다.
그 시간의 간격이 어색함보다 반가움을 더 키운다.
내 마음속의 사람들은 자주 얼굴을 보지 않아도,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자리하고 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아니, 혼자 있을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있어도 괜찮고, 혼자 있어도 괜찮은 이 마음의 균형은
어릴 적 나에게 없던 안정감을 조금씩 키워주는 중이다.

아이들이 잠든 밤, 조용한 거실에 혼자 앉아 있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창밖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집 안에는 낮 동안의 소란이 잦아들고,
나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나 자신과 대화한다.
또는 이렇게, 누군가와 글로 이야기한다.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 사람

 

예전엔 ‘친구가 많아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관계가 많고 활발해야 더 인정받는 것 같고,
SNS에 올라오는 사람들과의 사진이
누군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나처럼 조용한 사람은 어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미안한 생각이다.
그 시절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친구가 많지 않아도 괜찮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마음으로 떠올리느냐는 것이다.

나는 오래전 친구에게 연락하지 않아도,
그가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는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그 시절의 농담과 웃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람을 쉽게 잊지 않는다는 건,
아마도 내가 사람을 아주 소중하게 여긴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주 표현하진 않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누군가가 머물고 있다.


가끔은 외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아프거나 쓰라린 외로움이 아니다.
오히려 생각할 수 있는 여유이고,
그리워할 수 있는 여백이다.

나는 그런 여백이 있는 사람이 좋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채워지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을 가진 사람.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땐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


나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 마음이 닿은 사람들은
지금도 내 안에 따뜻하게 살아 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도 혼자 있는 시간이 고맙다.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공간이 있어서 좋다.
글로 이어진 이 대화가 있어서,
나는 지금도 혼자가 아니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잊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이 글이 조용한 밤, 당신의 마음에 조용히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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